눈에 생기는 부스럼인 ‘다래끼’는 아이들, 특히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자아이에게는 큰 고민거리였지요. 얼레빗, 물고기 그림, 돌멩이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래끼를 치료하고 의기소침해 진 아이의 마음을 달래 주었던 옛 사람들의 지혜를 엿보세요!!

 
야기 속으로...

순옥이의 눈에 커다랗고 빨간 다래끼가 났어요.
그런데 운 나쁘게도 오늘 마을에 사진사 아저씨가 온대요.
한껏 멋을 내고 엄마와 사진 찍으러 나서는 만수는 순옥이를 놀려댑니다.
다래끼 때문에 사진을 못 찍게 되자, 순옥이는 울음을 터뜨리지요.
할머니는 순옥이를 달래며 ‘눈 다래끼를 팔아 주마’고 약속을 합니다.
결국, 할머니의 신기한 처방법으로 순옥이의 다래끼를 치료하게 되는데....

‘다래끼’는 속눈썹 뿌리에 세균이 들어가 눈시울에 생긴 부스럼이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불기운에 쬐어 뜨거워진 질경이를 아픈 눈시울에 붙이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바르거나, 방바닥에 문질러 뜨거워진 얼레빗의 등을 다래끼 난 눈에 대어 터뜨리는 등 여러 가지 민간요법으로 눈에 난 다래끼를 치료하였다.
주술적 방법을 사용해 보기 싫은 다래끼를 없애려고도 했다.
갓 걸음마를 시작한 사내아이의 고추에 아픈 눈을 비비면서 “고추에도 다래끼나나?”라고 말하기도 하고, 천평(天平), 지평(地平)이라고 쓴 종이를 발바닥에 붙이기도 했다.
또 다래끼 난 곳의 속눈썹을 뽑아 돌멩이 사이에 끼우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삼거리에 돌을 놓기도 했는데, 누구든 지나가다 그 돌을 찬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아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런 행동을 “눈 다래끼 판다”라고 했는데, 조금 짓궂기는 하지만 다래끼를 치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옛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할머니가 눈에 난 다래끼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사진도 못 찍게 된 손녀 순옥이를 위해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눈 다래끼를 치료해 준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옛 사람들의 다래끼 치료법뿐 아니라, 사진이 막 소개 될 시절의 사진사 아저씨와 사진,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날에만 찍을 만큼 사진이 귀하던 그 시절에는 손수레 가득 사진기, 모자, 가발, 안경, 옷 들을 가지고 아이들을 찾아온 사진사 아저씨는 사진 만큼이나 아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설렘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휴대폰에도 사진기가 있어 일상화 된 사진이지만, 이 책을 통해 사진을 처음 접했던 옛 아이들의 설렘과 긴장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엄마, 아빠의 오래 된 사진첩 속에서 발견한 흑백 사진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맛보기
 
"할머니 사진사가 온 걸 모르셨어요? 이참에 순옥이도 사진 한 방 찍어 주세요."
한껏 멋을 낸 만수 엄마가 할머니와 순옥이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사진사 양반, 눈 다래끼는 빼고 찍어 주시구려."
"할머니도 참, 콧구멍을 빼고 코만 찍을 수 있나요?"
사진사 아저씨 말에 동네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어요.
 
'제발, 만수한테 걸려라.'
순옥이는 콩콩 뛰는 가슴을 간신히 누르며 지켜보았어요.

한참을 기다리자 저만치에서 만수가 달려왔어요.